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2 2010년 12월 29일
작성자 김기석

 

 

자비하신 하나님, 나뭇잎 위에 화려하게 내려앉은 계절의 빛깔들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은혜를 우러릅니다. 햇살이 머물다 간 자리마다 단풍이 곱게 물들었습니다. 억새들도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생명의 춤을 춥니다. 길 가의 코스모스도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떠나가는 곳 물을 새도 없이 지상으로 낙하하는 낙엽도 보입니다. 저렇듯 한 세월을 한껏 살아내는 산천을 바라보니 작은 괴로움에도 신음을 내뱉는 우리 삶이 부끄러워집니다. 떠나야 할 때와 머물 때를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해 주십시오. 우리 마음의 눈을 여시어 하나님의 계절을 따라 아름답게 물들어가게 하시고, 그 계절에 맺는 생의 열매로 주님 앞에 영광 돌리는 우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찬 서리가 내리기 전 우리 속에 주님의 향기를 머금게 해주십시오. 아멘. (10/20)

 

자비하신 하나님, 갑작스런 추위에 몸을 곱송그리고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어딘가로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가야할 곳을 알고 간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하지만 우리는 마음의 정처를 잃고 방황할 때가 많습니다. 주님은 넓은 길이 아니라 좁은 길을 택하라고 하셨지만, 그 길 앞에서 망설이기만 하는 우리들입니다. 493년 전 마틴 루터의 가슴을 뜨겁게 하시어 '제도'가 되어버린 종교를 개혁하게 하신 주님, 오늘 주님의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교회는 또 다른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님, 이 땅의 교회들이 예수 정신을 회복하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뜨거운 피를 우리 속에 수혈해주시고, 주님의 뜨거운 심정을 우리 속에 새겨주십시오.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이 척박한 세상을 사랑의 쟁깃날로 갈아엎게 해주십시오. 아멘.(2010/10/27)

 

 

자비하신 하나님, '지는 해 비낀 볕에 힘써 일하자'는 찬송시가 어쩌면 이리도 가슴 사무치게 다가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순간순간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잊지 말게 해주십시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이는 우연히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금 우리에게 누군가를 도울 수 능력과 기회가 주어진 것도 우연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영원에 잇대어 살고 싶습니다. 이제 며칠 후면 G20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잠시 동안이나마 지구의 운명을 위임받은 이들이, 더 따뜻한 세상, 모든 생명이 존귀하게 여김을 받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머리를 맞대게 해주십시오. 부디 저들이 땅의 주인은 하나님이라는 진실 앞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서게 해주십시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애태우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저들과 우리 속에 심어주십시오. 아멘.(11/3)

 

 

자비하신 하나님, 세상의 한쪽에서는 축제의 함성이 들려오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사람들과 피조물의 신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공의가 물처럼 흐르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는 세상의 꿈은 여전히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오순절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 이 메마른 땅 위에 성령의 바람을 보내주십시오. 지금 우리 모습은 에스겔이 보았던 골짜기의 마른 뼈들과 같습니다. 우리 속에 주님의 숨결을 불어넣으시어 하늘 군대를 이루게 해주십시오. 자기 연민의 늪에서 빠져나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래 참는 사랑으로 이웃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들의 발 앞에 있는 걸림돌은 치우며 살게 해주십시오. 우리 삶이 하나의 마음을 얻기 위한 순례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2010/11/17)

 

 

자비하신 하나님, 이 백성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지난 한 주간 우리는 놀란 가슴을 애써 진정시켜야 했습니다. 연평도 해안 마을에 피어난 포연은 한반도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 속에 있는지를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생때같은 젊은이들이 죽거나 다쳤고, 평범한 행복을 바라는 착한 사람들은 두려움 속에 떨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로하여주십시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세상, 나라와 나라가 서로 치지 않는 세상은 정녕 몽상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까? 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으시는 주님,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이 가녀린 꿈을 저버리지 말아주십시오. 남북의 위정자들에게 하나님 경외하는 마음을 심어주시고, 이 위기를 창조적으로 해결해갈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아멘.(11/24)

 

 

창조주 하나님, 지금 세상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애굽에 내렸던 아홉 번째 재앙처럼 우리는 모두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린다’고 노래했던 시인의 마음이 크게 공명되는 나날입니다. 땅이 혼돈하고 어둠이 깊음 위에 있을 때, ‘빛이 있으라’ 하심으로 세상을 창조하신 주님, 이 세상을 향해 다시 한 번 ‘빛이 있으라’ 명령해 주십시오. 이제 우리가 혼곤한 영혼의 잠에서 깨어나 주님이 기뻐하시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땀 흘리게 해주십시오. 세월이 아무리 험하다 해도 하나님의 뜻을 가려듣는 분별력을 잃지 않게 해주십시오. 육신의 시련으로 영혼이 맑아짐같이 오늘 우리가 겪는 이 지독한 혼란이 오히려 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영롱한 꿈으로 빚어지게 해주십시오. 아멘.(12/1)

 

 

자비하신 하나님, 주님과 더불어 하루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어떤 만남을 허락하실지, 어떤 깨달음을 주실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오늘도 마주치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눈을 허락해 주시고, 대면하기 싫은 사람들조차 영혼의 숫돌로 삼을 수 있는 겸손함 또한 허락해 주십시오. 보이지 않는 보폭으로 인류의 역사를 완성을 향해 이끄시는 주님의 리듬에 맞추어 살게 해주십시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봄의 온기를 불어넣으셨던 예수님처럼, 우리도 이 냉랭한 세상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는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추운 날이면 마음이 더욱 스산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로 하여금 그들의 시린 마음을 덮어줄 하늘의 이불이 되게 해주십시오. 주님, 우리의 말과 행동이 진실하게 해주십시오. 아멘.(12/8)

 

 

좋으신 주님, 대림절 세 번째 초에 불을 밝혀 놓고 주님 오심을 기다립니다. 밤이 가장 깊은 때 어둠을 이기는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기다립니다. 우리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있던 걱정과 근심, 처리해야 할 일에 대한 부담감, 슬픔과 아픔을 까맣게 잊은 채 지금은 다만 주님만 생각하고 싶습니다. 주님, 닦는다고 닦았지만 여전히 더럽기만 한 우리 마음에도 오시렵니까? 평화 없는 세상, 그 그늘진 땅에서 비통한 울음 울고 있는 이들 곁에 오시렵니까? 주님, 어서 오셔서 헐벗은 채 산을 지키고 또 숲을 이루고 있는 착한 이들의 희망이 되어주십시오. 세상살이에는 어수룩하지만 참을 향한 근기 하나로 묵묵히 버티고 있는 이들 의 등을 쓸어주십시오. 삼라만상 모두가 각자에게 품부된 생명의 몫을 온전히 누리는 세상을 열기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의 힘이 되어주십시오. 아멘.(12/15)

 

 

사랑하올 주님,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때, 돌이켜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니 어지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비하신 눈길로 바라보시고, 인내하는 사랑으로 붙드시는 주님의 은총이 있어 우리는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낮게 넘어져도 주님의 은총 밖으로 추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우리 마음이 든든합니다. 하지만 주님, 지금처럼 살 수 는 없습니다. 후회와 한숨으로 우리의 생을 허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기뻐하고, 더 많이 경탄하며 살고 싶습니다. 성령의 바람 앞에 마음의 돛을 펴고, 하나님의 마음을 향해 나아가고 싶습니다. 앞산 뒷산 적시며 풀잎을 깨우는 봄비처럼 살고 싶습니다. 이르는 곳마다 생명을 깨우는 물처럼 살고 싶습니다. 주님, 다시 한 번 우리 속에 새 마음과 새 뜻을 새겨주십시오. 아멘.(12/22)

 

 

자비하신 하나님, 기적처럼 밝아온 새해 아침에 주님의 이름을 높여 기립니다. 말갛게 씻은 듯 곱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우리는 새 삶을 다짐했습니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섬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런 우리의 소망이 물거품처럼 스러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올 일 년 내내 주님의 환한 얼굴을 대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이따금 비틀거려도 이내 중심을 잡고 일어서는 팽이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기어코 몸을 일으켜 주님의 마음에 잇댄 채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이 척박한 인간의 대지 위에 생명과 평화의 씨앗을 뿌리며 살게 해주십시오. 사랑과 진실이 만나고, 정의가 평화와 입을 맞추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땀 흘리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십시오. 절망의 어둠이 우리를 뒤덮지 못하도록 우리의 영원한 빛이 되어주십시오. 아멘.(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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