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기도로 품는 이슈27 2008년 0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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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새 노래를 부르게 하소서 주님, 마당가에 피어난 청매실 꽃봉오리를 세면서 기적에나 접한 듯 마냥 기뻤습니다. 문득 정진규 시인의 흥취가 물씬 느껴졌습니다.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산천을 보며 그는 노래했습니다.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왈큰왈큰 알몸 열어 보이고 있어 무덤도 열고 있어 때가 되니 그냥 그렇게 하고 있어” 자유를 가로막는 인간 세상의 반생명성에 혀를 찬 후 그는 노래 끝에 모두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 한 사날 잘 열리고 있어 누구나 오셔, 아름답게 놀다 가셔!“ 이 구절을 음미하면서 마치 하나님 나라 잔치에 초대받은 듯 흐뭇해졌습니다. 하지만 눈길을 사람살이의 마당으로 돌리면 마음은 어느새 잿빛으로 변해버립니다. 어머니와 세 딸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들을 살해한 이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한때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던 사람의 이 처참한 전락에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선과 악, 빛과 어둠, 사랑과 증오의 경계선에서 서성입니다. 욕망을 부추기는 소비주의의 문화는 우리를 악과 어둠과 증오를 향해 몰아갑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의 심연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우리가 어긋난 길로 갈 때마다 인생 채찍과 사람 막대기로 우리 길을 막아주십시오. 가인을 향한 주님의 경고가 나팔소리가 되어 들려옵니다. “죄가 너의 문에 도사리고 앉아서, 너를 지배하려고 한다. 너는 그 죄를 잘 다스려야 한다.”(창4:7) 새롭게 구성된 정부의 요직을 차지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은 숯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인 그들의 삶의 방식이 얼마나 서민 대중들의 삶과 유리된 것인지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재산 축적에 탁월한 수완을 보인 그들을 보면서 차마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할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히브리의 시인은 가난한 백성을 억압과 폭력에서 건져 그 목숨을 살려 주며 그들의 피를 귀중하게 여기는 지도자를 언급하면서 “그를 위하여 드리는 기도가 그치지 않고, 그를 위하여 비는 복이 늘 계속될 것”(시72:15)이라고 노래했습니다. 주님, 국정을 책임진 이들에게 하나님 경외하는 마음을 주십시오.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을 불필요한 잉여가 아니라, 사람 살 만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협력해야 할 소중한 파트너로 여기게 해주십시오. 주님,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신입생들의 기강을 세운다며 얼차려를 주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슬펐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군사주의 문화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법, 다른 이들의 다름을 존중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채 우리는 획일적 가치에 순종하는 법만을 배우고, 또 가르칩니다 며칠 전에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일제 고사를 치렀습니다.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성적에 따라 줄을 서게 되었습니다. 서울시의 교육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이가 한 말을 들으셨는지요? “나라가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경쟁하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이 말을 듣고는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그는 서열화야말로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첩경이라고 믿는 듯합니다. 남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누군가의 선한 이웃이 되는 일은 교육이 감당할 과제가 아니라는 말인지요? 주님, 문득 여러 해 전에 어느 학생에게서 받았던 편지가 떠올랐습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만이 좋은 학생으로 인정받는 이 교실, 이 학교, 이 사회가 우리를 죽게 만듭니다.” 이런 교육 풍토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의 질서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 각박한 현실 속에서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품부하신 삶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또 그것을 충분히 누리며 살도록 격려하는 일은 세상 물정 모르는 이의 췌언(贅言)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요? 주님, 승자독식 사회의 망령을 이길 힘을 우리에게 주십시오. 자비하신 주님,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 사고들을 보면서 우리 마음에 굳은 살이 생겼습니다.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해 울지도 아파하지도 않는 저희들입니다. 우리의 굳은 살과 같은 마음 도려내주시고, 새살과 같은 마음을 우리 속에 심어주십시오. 절망의 어둠이 우리 마음을 뒤덮을지라도 희망의 노래 힘차게 부르는 우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생명의 따뜻함으로 무정한 세상의 굳음을 깨뜨리게 해주십시오. 부활의 새 노래로 잠든 생명을 깨우게 해주십시오. 부활의 첫 열매이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올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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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수(09 04-23 08:04)
먼 이국에서 힘들다며, 어렵다며 공부하고 있는 신학도입니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목사님의 말씀과 글들이 깨달음과 기쁨을 줍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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