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기도로 품는 이슈23 2007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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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하신 주님, 동지 무렵 밤은 가장 어둡습니다. 분주함 속에 달려온 일 년을 갈무리해야 하는 지금 엄부렁한 우리 영혼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고요히 돌이켜 스스로를 성찰해야 하는 이 시간, 우리 마음은 자꾸만 서해안을 향하여 달려갑니다.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띠가 해안을 뒤덮는 광경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분노의 감정이 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습니다. 속이 타들어가는 지역 주민들의 한숨소리가 우리의 평안한 잠을 방해했고, 기름을 뒤발한 고둥과 게, 뿔논병아리의 끔벅이는 눈이 서러웠습니다. 개펄에 스며든 기름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도무지 가늠할 길이 없습니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영원히 청정할 것만 같았던,, 마음에 울혈 든 사람들의 가슴을 시원케 해주었던 바다의 신음소리가 이제는 우리 가슴을 찢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 우리는 지금 기적을 보고 있습니다. 저 태안 바닷가 모래사장에 갯바위에 조가비처럼 엎드려 있는 사람들, 그들의 울력다짐이 기적을 만들고 있습니다. 주님, 아직도 우리 속에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누군가의 신음소리에 공명하는 이들이 이렇게도 많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이 사랑의 기적, 나눔의 기적이 우리의 일상이 되게 해주십시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이 사라지게 해주셔서, 더 이상 무고한 생명이 속절없이 죽어가는 일이 없게 해주십시오. 주님, 변전을 거듭하는 것이 역사입니까?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지혜를 주시고, 명철을 주시고, 하나님 경외하는 마음을 주십시오. 히브리 시인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왕이 의를 이루면 산들이 백성에게 평화를 안겨 주며, 언덕들이 백성에게 정의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시72:3) 새로 선출된 대통령 당선자의 품을 넓혀주십시오. 가난하고 연약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최선을 다하게 해주십시오. 겨울 칼바람 속에서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서 있던 이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비굴함과 천박함을 강요하는 사회에 살면서 속으로 신음을 삼켜야 했던 이들의 은결든 마음을 어루만지게 해주십시오. 그의 마음 눈을 여시어, 우주에 편만한 하나님의 아름다우심을 보게 하시고, 하나님의 세계를 돌보고 가꾸는 일에 마음을 다하게 해주십시오. 그를 선한 길로 인도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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