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기도로 품는 이슈20 2007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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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로 품는 이슈20 12월 29일이면 한국도 ‘사형폐지국가’ [‘사형폐지의 날’인 10월 10일, 인권 종교지도자 300명과 20여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형폐지국가선포식’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사형을 끝으로 지금까지 사형을 집행한 적이 없어, 10년 동안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국제기준에 따라 올 12월 29일에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저 역시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사형이 확정됐던 사람”이라며 “인간의 생명은 하늘이 준 인권으로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사형 폐지 지지의사를 밝혔다. 또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우리 국민의 법 감정이 사형제 폐지를 반대하지만,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의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지했다”면서 “내년은 사형제 폐지를 확인하고 기념하는 자리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비로우신 하나님, 세상의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믿습니다. 아무리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그도 또한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이며 사랑받기를 갈망하는 존재임을 망각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하지만 흉측한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라는 홉스의 말에 공감하게 되고, 공분에 치를 떨기도 합니다. 정녕 그들 속에도 하나님의 형상이 새겨져 있는 것입니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질문은 심각한 편견과 무지와 오만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팔은 그들까지도 감싸안을 만큼 넉넉함을 믿습니다. 주님, 이제 우리나라가 ‘실질적 사형 폐지국’을 넘어 사형 폐지를 선언하는 나라로 성장해가게 해주십시오. 그를 통해 우리 국민 모두가 생명에 대한 경외와 존중을 내면화한 채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노벨평화상도 환경을 선택했다 [‘노벨상의 꽃’이라 불리는 노벨평화상이 올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에 돌아갔다. 1895년 제정된 노벨 평화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를 받들어 군비 축소나 평화 회담 개최 등 협소한 의미의 ‘평화’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노벨 위원회는 인류가 처한 갈등과 위협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에 발맞춰 평화의 의미를 분쟁해결 및 사형폐지에서 ‘환경’ 분야에까지 확대했다. 지구온난화라는 위험에 대처하는 노력이 지구 평화와 안전에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는 기후변화와 평화의 관련성에 대해 “기후변화는 대규모 난민과 자원에 대한 폭력적 경쟁을 유발해 궁극적으로 인류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브리 백성들의 신음소리를 기도로 들으시고 그들을 해방의 길로 인도하신 주님, 아무리 귀를 막아도 피조물의 신음소리가 처연하게 들려오는 세상입니다. 어느 날 문득 봄이 되어도 꽃이 피지 않고, 새들이 노래하기를 그치고, 풀벌레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죽음의 세상이 올 것만 같아 애가 탑니다. ‘보시기에 좋다’고 경탄하셨던 주님의 세계, 잘 돌보라고 맡겨주신 이 세상을 우리는 과도한 욕심으로 황폐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제 소박하고 불편한 삶을 능동적으로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해주십시오. ‘더 많이, 더 편리하게’ 사는 삶이 얼마나 반생명적이고 폭력적인 삶의 방식인지를 깨닫게 해주십시오. 생명과 평화가 입 맞추는 세상을 열기 위해 두려움 없이 전진하는 우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로스쿨 정원 놓고 시민단체 반발 [2009년 개원하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첫해 총 정원을 1,500명으로 정한 정부안이 나오자 대학과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반대 모임을 갖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 법대교수들은 10월 18일 로스쿨 정부안이 그대로 관철될 경우 로스쿨 설립 신청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200여 개 4년제 대학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정부의 로스쿨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특히 대학들은 청와대가 이날 로스쿨 정원에 대해 “교육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한 목소리로 불만을 표시했다. 1,500명 발표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법조계도 대학의 반대가 거세지자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대학과 법조계 사이에 낀 교육부는 국회 재보고를 앞두고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님,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갈등이 불가피한 것입니까? 재화나 기회는 한정되어 있고, 그것을 차지하려는 이들이 많아 다툼이 생겼을 때 그것을 조정하는 것이 법의 역할인 줄로 압니다. 법이 공정해야 하는 까닭은 그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과거 우매했던 시절의 유언비어가 아니라, 오늘도 역시 통용되는 말처럼 인식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주님, 법을 집행하는 자리가 신분상승의 가장 확실한 길로 여겨지는 이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문제를 두고 다투고 있는 여러 주체들이 한번만이라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판단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십시오. ‘성장’에만 관심 있는 경제단체들 [경제단체들이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경제정책과 관련한 각종 요구를 쏟아냈다. 대선 주자에게 정책 건의 형식으로 전달될 이들 요구의 내용은 대기업 중심의 기득권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대선 주자들에게 제시한 ‘경영계 대선 공약 정책 건의서’를 보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부터 법인세율 인하에 이르기까지 대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내용들이 많았고,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선주자들에게 전달한 정책 건의 내용과, 전경련이 내놓은 ‘미래한국비전’도 규제 완화와 폐지가 주된 내용이라, 경제단체들도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님, 금융위기를 겪은 후 변화된 국제경제질서 속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고용불안, 비정규직의 증가, 실직의 위험 등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가슴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포의 짙은 그늘이 드리웠습니다. 행복한 얼굴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회의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은 우리 현실 속에서 분배의 문제를 소홀히 하는 성장은 빈부의 격차만을 크게 하지 않을는지요? 모든 경제인들이 추수하는 밭의 한 모퉁이는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위해 베지 말고 남겨두라 하셨던 주님의 깊은 뜻을 헤아릴 줄 아는 이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대통령선거가 강자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기회로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를 이끌어주십시오. 가계 통신비 OECD중 최고 [10월 18일 정보통신부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김희정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가계통신 서비스 소비 형태 및 통신 지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가계 소비지출 대비 통신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2003년 기준 우리나라가 5.6%로 가장 높았고, 헝가리가 4.8%, 네덜란드가 4.1%로 뒤를 이었다. 반면 프랑스(2.7%) 일본(2.7%) 영국(2.3%) 미국(1.8%) 등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았다. 2005년 연구결과가 뒤늦게 공개되자, 정통부가 연구결과를 그동안 숨기면서까지 소비자들의 통신 요금 인하 요구를 가로막아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2005년~2006년에는 통신 요금인하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님, 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문득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란히 서 있던 젊은이들 여섯 명이 저마다 손 전화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대한민국은 통화중’이라는 말이 제 귀에 들려왔습니다. 벽을 더위잡고 위로 오르는 담쟁이넝쿨처럼 사람들은 뭔가에 목말라 있습니다. 그것은 소통에의 갈망일 것입니다. 그런데 통화량의 증대가 소통의 증대로 이어지는 것인지요? 주님, 밖에서만 샘물을 찾으면 목마름은 면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샘물은 이미 우리 속에 있음을 발견하게 해주십시오. 그 샘물을 떠 목마른 이의 마른 목을 축여주며 살게 해주십시오. 피상적인 만남에 만족하지 말게 해주시고, 서로의 아픔과 상처까지도 보듬어 안으려는 사랑의 마음이 우리 사이에 흐르게 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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