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감리교인의 윤리생활1 2007년 0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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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 재산을 늘려가는 것이 신앙적으로 용인될 수 있습니까?> 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셨네요. 대답이 어렵다는 것은 이 질문이 내포하고 있는 양가감정이 읽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사고팔기가 재산증식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돈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다보니 사람들의 대화도 돈을 중심으로 벌어집니다. 북한의 핵문제로 우리 사회가 떠들썩했을 때 한 대학에서 그 문제를 두고 토론을 벌였는데, 학생들은 과연 이 위기가 주가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고 하더군요. 성경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딤전6:10)이라고 말합니다만, 오늘 우리의 현실은 돈을 모든 행복의 뿌리로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문제가 어려울수록 근본으로 돌아가 보아야 합니다. 성경의 기본적인 가르침은 “땅의 주인은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땅은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만나는 곳인 동시에, 하나님의 은총을 드러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너희는 너희 거하는 땅 곧 나의 거하는 땅을 더럽히지 말라”(민35:34)고 하셨습니다. 땅은 그런 의미에서 신성합니다. 따라서 땅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땅의 주인이신 하나님에 대한 모독입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근원적인 소외감이나 불안은 땅의 본질로부터 유리된 삶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존 웨슬리는 감리교인의 경제생활의 지침을 세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첫째,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벌라”. 둘째, “할 수 있는 대로 모든 것을 저축하라”. 셋째, “할 수 있는 대로 모든 것을 주라”.(웨슬리설교 50번 [돈의 사용] 참조) 그 가운데서 오늘 우리가 주목하려는 것은 첫 번째 지침입니다. 웨슬리는 감리교인들이 부지런히 일해서 소득을 얻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몇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해하거나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돈을 벌어서는 안 됩니다.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팔아서도 안 됩니다. 또 이웃들에게 해를 끼쳐서도 안 됩니다. 과도한 이자를 물린다거나 토지나 가옥의 이득을 탈취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필요에 의해 부동산을 사고파는 행위야 어떻게 나무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이 재산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좀 문제가 있습니다. 투기는 결국 가수요를 만들게 되고, 가수요는 집값과 땅값을 상승시키고, 그로 가난한 이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결국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물가 상승을 촉발하고, 명목소득이 일정한 이들의 실질구매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삶의 질이 낮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결국 이런 일은 나눔을 위해 사용해야 할 재화를 부동산 취득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함으로써 선한 청지기로서의 삶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꿩 잡는 게 매라고 사람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증식에 열을 올립니다. 기독교인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땅과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교인들에게 과도한 헌금을 요구함으로서 그들을 실족시키는 일이 참 많습니다. ‘다 그렇게 산다’는 말로 그 책임을 집단에 전가시킴으로써 죄책을 면하려는 것은 영혼의 비겁함일 뿐입니다. 본회퍼 목사는 기독교인을 가리켜 ‘타자를 위한 존재’라 했지만, 오늘 우리의 모습은 그렇지 못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바라보며 ‘당신들의 천국’이라고 말하는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북경 하늘을 날고 있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대양에 태풍을 일으키게 하듯이 오늘 우리의 과도한 욕망은 누군가의 희망을 질식시키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웨슬리는 재물을 불리지 말라며 감리교인들에게 간곡히 권합니다. “누구나 이미 충분한 생계가 되어 있는 사람으로서 죄를 짓지 않고 어떻게 재물을 더 모을 수 있을 것입니까?” “집 위에 집을 더 사고, 밭 위에 밭을 산다면 어떻게 그대를 착실한 그리스도인이라 하겠습니까?”(웨슬리 설교 28번 [산상설교8]). --------- [기독교 타임즈]가 금년 3월부터 감리교 정체성 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다양한 질문 가운데 감리교인의 생활에 대한 질문 몇 가지에 답하려고 합니다. 웨슬리의 경제 윤리는 상당히 공들여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면 관계상 아주 간략하게 언급할 수밖에 없어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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