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국민이 희망이다 2003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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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희망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정치가는 회심의 미소를 띠고 '정치가'라고 대답했다. 창조 이전의 혼돈을 만든 게 누구였겠느냐는 말에 사람들은 다 고개를 끄덕였다. 입법자와 집행자로서 '질서'의 수호자이어야 할 정치가들이 혼돈의 창조자라면 그들의 존재이유는 소멸된 것이다. 정치권과 경제권의 유착의 실상이 스멀스멀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그럴 줄 알았어' 하면서도 허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지금 국민은 피곤하다. 여야의 끝도 없는 소모적인 정쟁에 지쳤고, 그들의 부패에 실망했다. 대통령의 재신임 문제와 불법적 정치자금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이 망각의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다.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상처를 회복하느라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이들이 잊혀지고 있고,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한 논의가 물밑으로 가라앉고 있다. 핵폐기장 건설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아무런 해결의 실마리도 찾지 못한 채 국민들의 의식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생태계 파괴가 불보듯 뻔한 사패산 터널 공사, 정보인권 침해논란을 빚고 있는 교육행정 시스템(NEIS)에 대한 논의는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는 형편이다. 한미행정협정 개정에 대한 요구는 이라크 파병 논의의 파도속에 묻히고 말았다. 정통부는 시청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전자 민주주의를 구현한다면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방송정책을 여러 가지 파행성에도 불구하고 힘으로 밀고 나가려 한다. 재외국민들의 인권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청년 실업자들의 한숨은 눌함이 되어 우리의 의식에 이명증을 일으킨다. 정치권이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조정 기능을 잃자 각종 이익단체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고함을 지르고 있다. 이성적이고 탄력있는 사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건강이 항상성의 유지라면 지금 우리 사회는 건강사회가 아니다. 민생의 모든 현안들이 정치논리로 환원되는 한 건강사회를 기대하는 것은 푸른 나무에서 생선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국민들이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의 행태를 주목하면서, 그들을 표로 심판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이 어둡다고 탄식만 할 게 아니라 자기 삶의 자리에서 등불 하나를 켜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척박한 민심의 땅을 갈아엎어 희망을 파종해야 한다. 미우나 고우나 내 나라 아닌가?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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