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베이징 6자 회담에 바란다 2003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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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6자 회담에 바란다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던 나라들이 27일부터 사흘간 베이징 6자 회담자리에 마주 앉는다. 북미 양자회담을 고집하던 북한의 전향적인 양보로 이뤄진 이번 회담에 거는 우리의 기대는 매우 크다. 이번 회의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확고한 로드맵이 마련될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상대를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서로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족하다. 여섯 나라의 동상이몽이 '평화'라는 하나의 꿈으로 모아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국제사회에서 정의란 자국의 이익이라는 목표에 덧입힌 외피일 뿐인 것처럼 보인다. 정의란 강자의 이익이라는 트라시마코스적 견해에 사람들은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우리의 생존 문제가 다른 나라들에게는 이익의 문제로 환원된다. 일본은 북한 핵문제를 빌미로 이미 재무장의 길로 접어들었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자신의 체제와 힘 속으로 환원되지 않는 타자를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북한은 체제를 보장받기 위해 또 다시 벼랑 끝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냉엄한 우리의 현실이다. 어차피 국제사회는 정의의 이상을 향해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제질서의 틀 안에서 평화의 길을 모색하면서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는 솔로몬의 지혜이다. 정부는 과연 어떤 전략과 대안을 가지고 회담에 임하고 있는가?

한반도는 이런 의미에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한민족 모든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평화를 원한다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증명해야 할 때이다.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고 대화의 통로가 다양해질 때 우리는 국제사회의 확고한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이런 때 보수적인 시민단체들이 인공기를 소각하고,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 숙소 앞에서 북한 체제를 비방함으로 갈등을 유도한 것은, 그것이 나름대로의 애국심의 발로라 해도 시의적절한 행동은 아닌 것 같다. 그런 행동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관계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인 차원에 더욱 크게 지배받지 않던가. '너'를 사라져야 할 '타자'로 규정하는 한 평화는 없다.

한반도에 드리운 먹구름 그 너머에 평화의 무지개가 떠올라 남과 북을 하나로 이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베이징 6자 회담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소중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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