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생태학적 교통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2003년 0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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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적 교통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오는 7월 1일이면 우리는 청계천 복원 기공식을 보게 될 것이다. 청계천 복개와 청계고가가 개발독재 시대의 한 상징이었다면 청계천 복원은 인간의 편리를 위해 인위적으로 절단했던 생명의 흐름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생태 문제가 아주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이 시대의 한 상징적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우리 시대의 삶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으며, 또 변할 수밖에 없음을 가리키는 이정표이다. 물론 청계천 일대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이들의 막대한 고통과 교통 혼잡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서울 시민의 86%가 청계천 복원 공사로 빚어질 교통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한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교통문화에 대한 생각의 틀이 획기적으로 전환되었으면 좋겠다. 자동차는 과연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일까? 자동차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는데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도 자동차는 신분에 대한 과시 수단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체면 때문에 배기량이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자동차는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페티시즘의 대상이 된 것이다. 자동차에 대한 집착이 늘어갈수록 우리는 공격적으로 변해간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우리는 자동차 중심의 사고에 사로잡히게 된다. 차량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은 모두 다 방해물로 보이고, 함께 길 위에 있는 이들은 잠재적 속도 경쟁자가 된다. 휘발유 1리터를 사용할 때마다 1만 리터의 공기를 오염시킨다는 생각 따위는 끼어들 틈이 없다.

자동차는 마치 점령군인양 도심의 구석구석마다 들어차 있다. 추억의 보관소인 골목길에도, 사색의 장소였던 강둑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은 자동차라는 소왕국의 왕으로 행세하기를 즐긴다. 그래서 그들은 가까운 곳, 혹은 대중교통수단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갈 때도 자동차에 의존한다. 일종의 중독이 아닐까싶다. 자동차에 대한 의존이 깊어갈수록 우리 삶은 역설적으로 피폐해간다. 자동차라는 폐쇄적 공간에 갇힐수록 이웃과의 소통은 멀어지고, 두 발로 걷기를 포기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의 사고는 깊이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사유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면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청계천 복원 공사가 우리의 자동차 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책입안자들은 서울을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타기에 좋은 도시, 그래서 깊은 사유를 가능케 하는 창조적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교회와 시민단체들도 이번 기회에 생태학적인 교통문화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배기량 큰 차를 타는 것이 곧 복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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