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김소월
눈을 감고 잠잠히 생각하라
무거운 짐에 우는 목숨에는
받아가질 안식을 더 하라고
반드시 힘있는 도움의 손이
그대들을 위하여 기다릴지니
그러나 길은 다하고 날이 저무는가
애처로운 인생이여
종소리는 배바삐 흔들리고
애꿎은 조가는 비껴 올 때
머리 수그리며 그대 탄식하리
그러나 끓어앉아 고요히
빌라 힘있게 경건하게
그대의 맘 가운데
그대를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신을
높이 우러러 경배하라
멍에는 괴롭고 짐은 무거워도
두드리던 문은 멀지 않아 열릴지니
가슴에 품고 있는 명멸의 그 등잔을
부드러운 예지의 기름으로
채우고 또 채우라
그러하면 목숨의 봄두던의
살음을 감사하는 높은 가지
잊었던 진리의 봉우리에 잎은 피어
신앙의 불붙는 고운 잔디
그대의 헐벚은 영을 싸 덮으리.
기분전환
땀,땀 여름 볕에 땀 흘리며
호미 들고 밭고랑 타고 있어도
어디선지 종달새 울어만 온다
헌출한 하늘이 보입니다요 보입니다요
사랑, 사랑, 사랑에 어스름을 맞춘 님
오나 오나 하면서 젊은 밤을 한솟이 조바심 할 때
밟고 섰는 다리 아래 흐르는 강물!
강물에 새벽빛이 어립니다요 어립니다요.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꽃이 지네.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둥근 해
솟아온다 둥근 해
해죽인다 둥근 해
끊임없이 그 자체
타고 있는 둥근 해
그가 솟아올 때면
내 가슴이 뛰논다
너의 웃음 소리에
물이 되랴 둥근 해
둥근 해는 네 웃음
불이 되랴 둥근 해
둥근 해는 네 마음
그는 숨어 있것다
신비로운 밤빛에
너의 웃는 웃음은
사랑이란 그 안에
그는 매일 걷는다
끝이 없는 하늘을
너의 맘은 헤엄친다
생명이란 바다를
밝은 그 볕 아래선
푸른 풀이 자란다
너의 웃음 앞에서
내 머리가 자란다
불이 붙는 둥근 해
내 사랑의 웃음은
동편 하늘 열린 문
내 사랑의 얼굴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