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나의 동네에서 하는 윤리적 소비생활 2013년 08월 11일
작성자 나눔

나의 동네에서 하는 윤리적 소비생활

 


제가 살고 있는 청파동은 연화봉이라는 봉우리에 입지하고 있습니다. 남산에서 올라가서 보면 쑥 솟아올라 있는 봉우리인 연화봉이 보이지요. 이 연화봉에는 마포구의 공덕동과 신공덕동 그리고 용산구의 효창동과 청파동이 입지하고 있습니다. 제 고향은 이 중 하나인 공덕동이고 공덕동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효창동에 잠시 살다가 1985년에 청파동으로 이사와서 어느덧 청파동에 28년째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40년넘게 연화봉이라는 봉우리에서 살아왔고 이 동네에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다닌 셈입니다. 서울의 많은 가정들이 부동산투기목적으로 직장 때문에 세입자이기 때문에 등 여러 이유로 인해서 이사를 자주 다니는 편이지요. 저희 집도 셋방살이를 할 때는 정말 이사를 자주 다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집은 부모님의 철학과 소신으로 인해서 연화봉 이 동네를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화봉 각각의 동네에는 제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곳곳에 감추어져 있습니다. 연화봉의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제게는 참 소박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동네산책이 되곤 합니다. 그래도 어린 시절에 함께 뛰어놀던 동무들은 어느덧 성인이 되어 직장 때문에 결혼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연화봉 동네를 떠났습니다. 아직도 이 동네에 남아 있는 친구들이 몇몇 있어서 길에서 만나면 반가운 정을 나누기도 하지요. 한 동네에 오래살다 보니 동네 마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그 역사나 자연적 환경과 인문적 환경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지요. 동네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역사적 증인인 셈이지요.


마을 사람들에 대해서도 자주 보게되니 애정이 갖게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자주 보면 정이 든다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마을이웃을 만나게 되면 반갑고 인사를 하게 되고 가급적이면 마을의 가게들을 이용하려고 노력하게 되지요. 마을에는 많은 자영업가게들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오신 분들도 있고 새롭게 시작하는 분들도 있지요. 대형할인매점이나 대형슈퍼마켓을 가면 물건들도 다양하고 보다 더 싸게 물건을 살 수 있지만 마을 사람들의 생계를 염려하는 마음에 작은 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서 마을의 가게들을 주로 이용하려고 노력합니다. 마을의 가게들을 자주 가게 되면 낯이 익게 되고 물건을 사면서 인사도 하고 짧게 나마 안부도 묻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눕니다.


작은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하는 보시쇼핑이 가외로 인간의 정과 우의를 나누는 기회로써 보답을 받게 되곤 합니다. 치열한 생존경쟁과 불황의 경제상황으로 인해서 시민들이 푼돈이라도 아낄 마음에서 보다 싸게 파는 대형할인매점과 대형슈퍼마켓으로 발길을 향하는 것이 작금의 풍토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소매점이나 재래시장의 상인들이 매출이 줄고 가뜩이나 오르는 임대료현실까지 겹쳐서 가게 문을 닫거나 빚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1만원이라도 재산이 1억인 사람과 10억인 사람에게는 10배의 가치의 차이가 있습니다. 즉 내가 대형매점이 아니라 마을의 이웃이 경영하는 소매점을 이용하면 장사하는 이웃에게 보다 더 큰 경제적 도움을 드린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역시 비슷해서 자기 가게를 자주 이용해 주는 손님에게 한편으로는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좁은 공간에 갇혀서 외롭게 장사하는 이에게 찾아오는 이웃으로서 안부와 관심과 따스한 정을 나누는 익명의 손님이 아니라 안면을 트고 인간적 관계를 갖는 구체적 이웃으로서 그 손님을 대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제가 마을에서 나름대로 윤리적 소비 보시쇼핑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이고 실제로 얻는 도움이기도 합니다. 타리이자라고 남을 위하는 것이 바로 곧 나를 위하는 것임을 마을에서 윤리적 소비와 보시쇼핑을 실천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대형할인매점이나 편의점,백화점,대형슈퍼마켓들도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고 여기에서 먹고사는 분들도 많이 있기에 그 존재가치나 의의에 대해서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몇 푼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 마을에서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는 소매가게들을 외면하는 것은 상생이나 공생이라는 가치에도 맞지 않고 전체 국민경제 차원에서의 균형의 유지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고 이웃과의 친밀한 관계형성과 이를 통한 인간의 정의 나눔이라는 소득측면에서도 손해라고 봅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마을에서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선한 이웃들이 보다 많이 창조되길 기원합니다. 이와 같은 윤리적 소비는 인간관계가 단절되어 있는 서울에 마을공동체를 형성하는 첩경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결과로써 인간소외가 발생하여 생계의 어려움과 함께 외로움의 고통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성에서 실천되는 윤리적 소비,보시적 소비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경제적 도움도 주고 보람도 얻고 이웃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여 따뜻한 정을 나눔으로써 외로움도 덜 수 있는 이웃을 위하고 자신을 위하는 작은 나눔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이 더욱 더 이기적으로 되고 실리만을 추구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정치적 보수주의가 득세하고 이웃과의 관계의 단절로 인해서 개인들의 고통이 더욱 더 커져가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의 한 방법으로서 우리들의 소비생활에서 이웃에 대한 배려를 실천해 보자고 청파동의 오랜 주민으로서 저는 제안을 합니다.  시민들의 이런 작은 배려의 실천들이 늘어갈 때 주변에 파급효과를 만들고 그 세가 커져가면 커다란 사회적 변화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선행의 실천은 마음에 작은 기쁨과 보람과 즐거움이라는 선물을 선사하지요. 미소와 웃음은 덤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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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순(13 10-20 11:10)
참 좋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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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bin9058(19 04-08 10:04)
남산에서 올라가서 보면 쑥 솟아올라 있는 봉우리인 연화봉!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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