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41. 기본에 충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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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신30:11-14
설교일시 200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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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하라
신30:11-14
(2002/10/13)


생명을 택하라

신명기는 모세가 가나안 땅을 목전에 둔 요단 강 동편 광야에서 백성들에게 선포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내용은 지나온 광야생활을 돌아보면서 하나님이 그 여정 가운데 어떻게 동행하셨는지를 회상하고, 약속의 땅에 들어가 살 때 꼭 지켜야 할 사항들을 지시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신명기는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순종하라', '주님의 은혜를 잊지 말라', '평등 공동체의 꿈을 저버리지 말라'는 음성을 듣습니다. 설교를 마무리하면서 모세는 백성들 앞에 두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복 받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과 파멸의 길입니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그것은 백성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모세는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손이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라"(30:19b)고 권고합니다. 생명을 택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사랑하십시오. 그의 말씀을 들으며 그를 따르십시오"(30:20a). 바로 이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과 그의 말씀을 듣고 따른다는 것은 같은 말입니다. "사랑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다" 했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딘다"(고전13:5,7) 했습니다. 사랑은 믿음입니다. 또 믿음은 맡김입니다. 믿는 사람은 믿음의 대상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다 맡깁니다. 과거에 대한 회오, 생의 시련,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을 말입니다. 저는 광풍이 불어와 예수님이 타신 배를 덮치고 있는 그 순간에도 깊이 잠들어 계시던 주님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힘을 얻습니다. 모든 것을 아버지 하나님께 맡긴이의 평안함이 거기에 있습니다. 내일이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감옥에서 태평스레 잠들어 있었던 베드로(행12:7)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코까지 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의 포연이 자욱한 곳에서도 아기들은 엄마 품에서 새근새근 달게 잡니다. 엄마가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은 이처럼 평안합니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긴 사람은 그분이 어디로 이끄시든 주저없이 그 길을 따라 나섭니다.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떠났던 아브라함이 그러했고, 구름 기둥과 불기둥을 따라 나섰던 이스라엘이 그러했습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거닐지라도 해 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23:4). 이것이 그들의 공통된 고백입니다.


마음의 구름을 닦으라

그런데도 우리는 하나님의 뜻대로 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그 뜻을 행한다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모세는 아주 단순하게 말합니다. 하나님의 명령은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우리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신화나 서사시에 나오는 영웅들처럼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 위해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하늘에까지 올라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명령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에 있고, 입에 있습니다. 아침이 되고 저녁이 되는 데 무슨 억지가 있던가요. 봄이 되어 꽃이 피고, 가을이 되어 단풍이 들기 위해 나무들이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그저 시절을 좇는 것밖에 없지요. 하나님이 정해놓으신 질서에 '順' 하기에 자연은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움에는 억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것이 말대로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요? 왜 그럴까요? 우리 마음에 구름이 끼었기 때문입니다. 욕심의 구름이 본래 깨끗한 우리 마음을 흐리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름이 걷혀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마음의 구름을 닦아야 하나님의 명대로 살아가는 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의 구름을 닦는 것을 가리켜 회개라고 합니다. 회개는 달리 말하자면 하나님 아닌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며 살아왔음을 시인하고, 오직 하나님만 주인으로 모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면 삶이 쉬워집니다. 삶이 힘겹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한테 배워라. 그리하면 너희는 마음에 쉼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11:29-30)


수영을 못하는 사람에게 물은 투쟁의 대상입니다.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칩니다. 하지만 수영을 즐기는 이들에게 물은 벗입니다. 그들은 물 속에 들어가서 온 몸의 힘을 뺍니다. 그리고 물에 자기 몸을 맡깁니다. 물은 그의 몸을 받아 둥실 떠올려줍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명대로 사는 일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주님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은 요구하시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가난한 사람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하라 하실 때는 그럴만한 능력까지도 주십니다. 소외된 이웃들의 벗이 되어라 하실 때는 그럴 수 있는 힘과 시간까지도 주십니다. 주님은 없는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시지는 않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건 하나님 잘못입니다.


하나를 잡으라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결단이 필요합니다. 결단이란 '決'하고 '斷'하는 것입니다. 뜻을 정하고, 그 뜻을 따라 살기 위해 부적절한 것들을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영적인 힘은 '버림'에서 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당신의 목숨까지도 버리셨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당신의 목숨을 버리심으로 더 큰 생명의 길이 되셨습니다. 끊어버리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삶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버릴 것을 버리지 않을 때 집안이 너절해지는 것과 꼭 같습니다. 버리고 또 버려서 가장 소중한 '하나'를 꼭 붙잡게 될 때 우리는 힘있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단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따라 살기로 마음을 정하고 그렇게 살다보면 이전에 우리를 사로잡고 있던 천한 동기들은 물러가게 마련입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데서 오는 영적 평안함과 기쁨을 맛본 사람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안에 감추인 새 생명 얻으니
이전에 좋던 것 이제는 값없다
하늘의 은혜와 평화를 맛보니
찬송과 기도로 주 함께 살리라
영생을 맛보며 주안에 살리라
오늘도 내일도 주 함께 살리라
(찬송가 493장 2절)


이런 마음으로 사는 사람의 생은 아름답습니다. 자기 속에서 빛이 새어나오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움의 길

중국인과 희랍인이 만나서 누가 더 훌륭한 예술을 하는지에 대해서 말다툼을 벌이다가 마침내 시합을 하기로 했습니다. 왕은 둘에게 방을 하나씩 주어 누가 더 예술적으로 꾸미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휘장으로 가로막아 놓은 방의 이편과 저편에서 각자의 벽면을 꾸미기로 했습니다. 중국인은 왕에게 백가지 물감과 붓을 청하여서 아침마다 와서 벽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희랍인은 물감에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만 벽을 닦아 광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날마다 닦고 닦아, 마침내 하늘처럼 순수하고 깨끗하게 만들었습니다. 중국인은 여러 가지 색깔로 벽을 장식하는 길을 택했지만, 희랍인은 무색의 길을 택했습니다. 마침내 약속된 날이 왔습니다. 중국인은 작업을 마치고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완성의 기쁨에 취해 북을 울리기까지 했습니다. 그의 방에 들어간 왕은 현란한 색깔과 세밀함에 감탄하였습니다. 그러자 희랍인이 휘장을 걷었습니다. 중국인이 그려놓은 온갖 형상이 그대로 희랍인이 말갛게 닦아놓은 벽에 비치는데, 거기서 그 그림은 빛에 따라 몸을 바꾸며 더욱 아름답게 살아났습니다.


이것은 13세기 아프가니스탄의 신비주의 시인 루미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참 아름다움의 길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깨끗이 닦는 길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나를 본 사람은 하나님을 보았다고 하셨습니다. 자기를 닦고 또 닦아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비추어내는 분만이 할 수 있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이 세상에 드러내도록 부름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 하나 하나가 우리가 누구인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편지입니다. 그런데 그 편지가 지금 더럽혀졌고, 구겨졌고, 귀퉁이가 떨어져나갔습니다. 그래서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식별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결단하고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주님이 원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압니다. 다만 사욕 때문에 모른 척하고 살뿐입니다.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살면 우리 삶은 아름다움의 빛으로 환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서로를 너무나 무시하고 서로 다투는 이 물질주의적인 세상에서도 참 사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많은 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표징이 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등 록 날 짜 1970년 01월 01일 09시 33분 22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