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42. 생명의 강
설교자
본문 요7:37-39
설교일시 2002/10/20
오디오파일
목록

생명의 강
요7:37-39
(2002/10/20)


우리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지켰던 3대 순례 명절(신16:16-17)을 잘 압니다. 압제의 땅 애굽에서 탈출한 것을 기념하는 절기인 유월절과, 애굽을 벗어난지 50일 째 되는 날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계약을 맺은 것을 기념하는 절기인 오순절(칠칠절), 그리고 광야생활 중에 자기들을 보호하여 주신 하나님을 기억하며 지키는 초막절(수장절)이 그것입니다. 물론 이 3대 명절은 농사력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유월절은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할 때 지키는 봄 축제이고, 오순절은 밀을 수확한 후에 지키는 여름 축제이고, 초막절은 포도를 수확한 후에 지키는 가을 축제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가나안의 토착민들이 지키던 농사 축제에다가 자기들의 역사적인 경험을 덧붙임으로써 민족적인 축제로 변화시켰던 것입니다. 일년에 세 차례씩 그것도 각각 한 주간씩, 일손을 놓고 축제를 즐기면서 자기들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초막절 축제

오늘의 본문 37절에서 말하고 있는 '명절'은 초막절입니다. 초막절이 되면 팔레스틴 인근 각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감사의 헌물을 가지고 예루살렘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나 다 가지고 가서는 길거리나, 성전 마당이나 지붕 위에 푸른 가지로 초막을 짓고는 거기에서 기거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대속죄일 행사를 통해 용서받은 기쁨을 안고 한 주간을 떠들썩하게 보냈습니다. 밤에도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진 여인들의 뜰에서 쏟아져나오는 불빛, 성가대의 노랫소리, 사람들이 외치는 호산나 외침, 제사장들의 장엄한 복장, 곳곳에 넘치는 종려나무 가지와 도금양 가지……사람들은 굉장한 영적인 고양감을 맛보았을 것입니다. 축제의 첫날 동이 틀 무렵 제사장들 은나팔을 길게 불며 화답하는 나팔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장막에서 들려오는 백성들의 즐거운 환호성이 들과 골짜기를 가득 채웠습니다.

아침이면 제사장들은 기드론 골짜기에 있는 실로아 연못에 나가 항아리 가득 물을 담아 높이 들고는 나팔소리에 맞추어 천천히 성전 계단으로 올라가면서 "오 예루살렘아 우리 발이 네 성문 안에 섰도다"(시122:2)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그들은 제사장의 뜰 중심부에 있는 제단에 그 물을 가져갑니다. 그곳에는 은대야 두 개가 있는데, 제사장들은 한 대야에는 떠온 물을 붓고, 다른 대야에는 포도즙을 부어서 그것이 기드론으로 연결된 관을 통해 사해로 흘러 들어가게 했습니다. 이 물은 광야에서 목이 말랐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반석에서 흘러나왔던 샘물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성가대는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며 나의 노래시며 나의 구원이심이라. 그러므로 너희가 기쁨으로 구원의 우물에서 물을 길으리로다"(사12:2-3) 하고 주님을 찬양합니다.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

명절의 마지막 날, 예수님은 연일 계속된 축제에 사람들이 몹시 지쳐있는 것을 보셨습니다. 화려한 색채를 쫓던 눈은 이제 시들해졌고,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던 귀는 피로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 주간의 신명나는 축제를 벌였지만, 그들의 영혼에 있던 근본적인 목마름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축제가 끝난 뒤의 허탈감과 피곤기가 그들을 엄습했습니다. 주님은 그런 그들을 보고는 벌떡 일어서서 외쳤습니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


주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사람들을 부르심과 같이 목마른 사람들을 부르고 계십니다. 광야와 같은 세상에서 방황하면서 목마름에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마시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영혼의 목마름을 느낄 때마다 뭔가 음료수를 찾기에 분주했습니다. 때로는 쇼핑이, 때로는 여행이, 때로는 권력이, 때로는 쾌락이 우리 영혼의 목마름을 해소해 줄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소금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목마름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신들을 시험하다가 목마름의 형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의 인물 탄탈로스는 어쩌면 우리들의 초상인지도 모릅니다. 그는 신들을 시험한 죄 때문에 지옥에 떨어져 물웅덩이 속에서 목마름의 고통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물은 그의 목까지 차있었지만 물을 먹으려고 고개를 숙이면 물은 저 밑으로 빠져버리곤 했습니다. 배가 고파 머리 위에 있는 과일 나무에 손을 뻗으면 가지가 하늘로 휙 올라가 버리고 맙니다. 우리도 어느 정도는 탄탈로스의 고통을 맛보며 삽니다.


생명 강물의 합류

물질적으로 넉넉해질수록 이상하게도 영혼의 공허함과 목마름을 더 깊게 느끼는 우리에게 주님은 천둥같은 음성으로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생텍쥐베리의 동화에 나오는 '어린 왕자'는 사막이 아름다운 건 그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 있어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그 우물 때문에 사막은 살 만한 곳이 됩니다. 예수님은 바로 생명의 강이십니다. 에덴 동산에서 발원하여 온 누리를 기름지게 했던 비손, 기혼, 힛데겔, 유브라데 강물(창2:10-14), 뜨거운 광야의 반석에서 솟구치던 그 용천수(湧泉水, 민20:11)), 성전에서부터 흘러나와 죽음의 강을 생명의 강으로 되살리던 에스겔서에 나오는 그 물(겔47장), 그리고 계시록에서 언급하고 있는 만국을 소생시키는 수정과 같은 생명수의 강(계22:1)은 모두 예수의 인격과 존재 속에서 합류하고 있습니다.

사마리아의 수가라는 동네에 살던 한 고독한 여인을 향해 생명의 강이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주는 물을 먹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나의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4:14). 예수라는 우물에서 물을 긷는 사람들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의 속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란 물이 넘실거리는 커다란 웅덩이와, 퐁퐁 물을 솟구치는 작은 샘이 여러분 앞에 있다면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샘물이 솟아나는 샘을 택할 것입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은 어쩌면 막힌 웅덩이에 담긴 물과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쓰면 쓸수록 줄어들 것이고, 인생의 가뭄이 닥치기라도 하면 금세 말라버리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샘물이 솟아나는 샘은 웬만해선 마르지 않습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은, 예수를 영접한 사람은 자기 속에 용천湧泉을 가지고 살기에 마음이 늘 찹찹합니다.


십자가에서 발원한 강

예수님은 십자가에서도 생명의 강이셨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채 그는 자신의 몸에 있는 물을 모조리 쏟아내어 친히 목마름의 절정을 경험하셨습니다. "목마르다". 주님은 당신의 고난을 통해 사막과 같은 세상에 생명의 강을 이루셨습니다. 그리고 그 강은 '죄와 더러움을 씻는 샘'(슥13:1)이 되었습니다. 삶이 힘겨우십니까? 탄탈로스의 목마름이 우리를 괴롭힙니까? 그렇다면 목마른 자들 모두에게 열려있는 생명의 강으로 나아가십시오. 그곳에서 구원의 물을 길어 감사함으로 마시십시오. 그러면 우리 속에 생수의 강이 흐를 것입니다. 그 물이 흘러가는 곳마다 죽었던 생명이 되살아날 것입니다. 우물이 있어 사막이 아름답듯이, 예수를 믿어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사사로운 욕망의 충족 여하에 따라 일희일비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아름다운 존재가 될 꿈을 가지고 살아야 우리 삶에 힘이 생깁니다. 목적이 확실해지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다 유익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살아도 죽어도, 건강해도 약해도, 부유해도 가난해도 상관없습니다. 그것은 모두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데 소중한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라는 생명의 강이 우리 속에 면면(綿綿)히 흐르는 한 우리는 이미 행복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헤롯이 당신을 죽이려 한다는 말을 듣고는 "가서 저 여우에게 전하기를 '보아라, 오늘과 내일은 내가 귀신을 내쫓고 병을 고칠 것이요,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일을 끝낸다' 하여라,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나는 내 길을 가야 하겠다"(눅13:32-33) 하셨습니다. '하나'를 붙든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자기의 일을 흔들림 없이 수행합니다. 우리 모두의 삶이 생명의 강이신 예수님의 큰 흐름과 합류하여 마침내 죽은 세상을 소생시키는 살림의 강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등 록 날 짜 1970년 01월 01일 09시 33분 22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