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6.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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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민14:5-9
설교일시 2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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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민14:5-9
(2003/2/9)


꿈꾸는 사람들

"꿈은 이루어진다." 이 말은 작년에 우리가 경험했던 월드컵의 감동을 상기시켜줍니다. 대회 시작 전 우리는 1승에 목말랐고, 16강 진출이 우리가 잡은 최대치였습니다. 그런데 붉은 악마의 함성이 한반도 전체를 울리면서 우리는 월드컵 4강의 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월드컵 4강 진출은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어미 품에 안겼던 달걀이 스물 하루만에 부화되는 것처럼, 우리가 소중하게 품은 꿈은 때가 되면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아무 꿈이나 품는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달걀이 무정란이라면 암탉이 스무 하루가 아니라 백 날을 품는다 해도 그것은 병아리로 깨어나지 못합니다. 살아있는 꿈을 품어야 합니다. 로또 복권에 당첨되어 팔자를 고쳐보자는 꿈은 그리 건강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꾸어야 할 꿈은 하나님께는 영광이 되고, 사람들에게는 유익이 되고, 자신에게는 덕이 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산 꿈입니다.

더 이상 이룰 아무런 꿈도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세간의 욕망을 다 벗어버린 도사이거나, 정신이 늙고 병들어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꿈을 인생의 자양분 삼아 살아갑니다. 이사야는 '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거하고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눕는'(11:6)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미가는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않는'(4:3)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요한은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한'(계21:4)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성 프란시스코는 모든 피조물들이 형제·자매로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70, 80년대의 젊은이들은 민주화된 나라에서 살게 될 꿈을 꾸었습니다. 우리는 그 꿈의 실현을 향해 더디지만 확실한 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만일 꿈꾸는 사람조차 없다면 세상은 정말 삭막할 것입니다.


꿈이 짓밟히는 현실 속에서

애굽에서 종살이를 하던 이스라엘은 젖과 꿀이 흐르는 새 땅에 대한 기대를 안고 애굽에서 탈출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꿈도 무상으로 얻어지지는 않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다 누리면서 꿈을 이루는 길은 없을 겁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살고 있는 이만한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생명을 바쳤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땀과 피 위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 겁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먹을 것도 없고, 마실 물도 없고, 햇빛을 가릴만한 그늘도 없는 땅을 떠돌았습니다. 처음에 그들이 가졌던 장밋빛 꿈은, 오래된 사진처럼 누렇게 바래버렸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고비를 지나면서 그들은 마침내 약속의 땅을 목전에 두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모세는 열 두 지파에서 각각 대표자를 한 명씩 뽑아 가나안 땅을 잘 살펴보고 돌아오라는 특명을 내렸습니다. 그들은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며, 그들의 힘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들이 사는 땅이 좋은 땅인지 척박한 땅인지, 나무는 많은지 적은지, 성벽은 튼튼한지를 잘 살펴보고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들은 무려 40일 동안이나 가나안 땅에 들어가 첩보활동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백성들에게 돌아와서 보고를 했습니다. 정탐꾼들은 이구동성으로 그 땅은 비옥하고, 사람 살기 좋은 땅이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투를 개시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열 명의 정탐꾼들은 한마디로 자기들은 그들의 적수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가나안 진입은 언감생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가나안 사람들은 다 거인족과 같아서 그들에 비하면 자기들은 메뚜기 같을 뿐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백성들은 그런 보고를 듣고 낙심했습니다. 두려움이 파도처럼 그들을 휩쓸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면서, 차라리 애굽에 있었더라면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었을 거라면서, 가나안 사람들의 칼에 맞아죽느니 차라리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둑을 넘는 물결처럼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창조적인 소수

그때 두 사람이 일어났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옷을 찢으면서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자기들이 탐지한 땅은 사람을 죽이는 땅이 아니라, 아름다운 땅이라는 것입니다. 만일 하나님이 자기들을 기뻐하시면 틀림없이 그 땅으로 인도하여 주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호수아와 갈렙은 백성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머지 하나님을 망각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려움은 때때로 사람들을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만듭니다. 그들은 애굽에서 그리고 광야에서 하나님이 하시는 놀라운 일들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가장 믿음이 필요한 그 시간에 하나님을 잊은 것입니다. 열 가지 재앙을 내려 바로와 애굽의 전제주의를 굴복시키셨던 하나님, 넘실대는 홍해 바다를 갈라 백성들로 하여금 마른땅을 지나듯 바다를 건너게 하셨던 하나님, 먹을 것이 없을 때 만나를 내려주시고, 반석에서 물이 솟아나도록 하신 하나님 말입니다. 여호수아와 갈렙은 필사적으로 그들에게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증언하려 합니다.

"여호와를 거역하지 말라."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 밥이라."
"그들의 보호자는 그들에게서 떠났고 여호와는 우리와 함께 하신다."

하지만 백성들은 전능하신 하나님 대신 자기 속의 두려움을 더욱 신뢰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가나안 땅을 목전에 두고도 40년을 방황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졸업시험에 떨어진 때문입니다. 그 시험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의 시험이었습니다. 어느 곳에 이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아십니까? 그곳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입니다.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힘에 부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울면서라도 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 길이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이라면, 하나님의 약속을 성취하기 위한 길이라면 더욱 그렇지 않겠습니까.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사람들을 봅니다. 가장 가혹한 사막인 타클라마칸 사막 횡단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그런 부질없는 짓을 하는가, 하면서 그들을 책망하면 안 됩니다. 그들은 인간의 불요불굴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사람이 얼마나 놀라운 존재일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위대합니다.


진주같은 꿈으로 잉태된 내일

하지만 나는 더욱 더 위대한 사람들을 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말입니다. 분쟁과 환경파괴가 있는 곳마다 찾아가 온 몸으로 막는 그린피스 회원들, 미국의 이라크 폭격을 맨 몸으로 막겠다고 사지가 될는지도 모르는 그곳을 향해 가는 한국·이라크 반전 평화팀 사람들, 박봉을 마다하지 않고 시민단체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여호수아이고 갈렙입니다. 그들은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길이란 한 두 사람이 먼저 걷기 시작한 자취를 다른 사람들이 뒤따르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길을 만드는 사람들, 그것도 하나님 나라에 이르는 길을 닦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가리켜 아놀드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라 했습니다.

오늘 졸업하는 모든 학생들이 여호수아와 갈렙과 같은 비전의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믿음이란 하나님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삼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꿈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시련은 있을지 몰라도 실패는 없습니다. 그리고 산 꿈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은 언젠가 그 꿈이 현실이 된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지레 겁먹고 뒤로 물러서기 시작하면 우리는 패배주의에 사로잡히게 될 것입니다. 우리 앞에 있는 도전이 아무리 커도 여호수아와 갈렙처럼 하나님의 꿈에 사로잡혀 '저들은 우리의 밥'이라고 생각하면서 밀고 나가야 합니다.


개똥같은 내일이야
꿈 아닌들 안 오리오 마는
조개속 보드라운 살 바늘에 찔린듯한
상처에서 저도 몰래 남도 몰래 자라는
진주같은 꿈으로 잉태된 내일이야
꿈 아니곤 오는 법이 없다네.
―문익환, <꿈을 비는 마음> 1연


우리가 기어코 가야 할 새로운 세상은 끝내 꿈을 버리지 않는 바보같은 사람들에 의해 열립니다. 우리는 죽음을 통해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문을 열었던 바보같은 사나이, 예수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삶이 그런 꿈을 실현해가는 보람으로 충만하기를 빕니다.

등 록 날 짜 1970년 01월 01일 09시 33분 23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