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45. 우리의 노래
설교자 김기석
본문 시119:49-56
설교일시 2005/11/6
오디오파일 s051106.mp3 [3844 KBytes]
목록

우리의 노래
시119:49-56
(2005/11/6, 추수감사절)

[주의 종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해 주십시오. 주께서는 말씀으로 내게 희망을 주셨습니다. 주의 말씀이 나를 살려 주었으니, 내가 고난을 받을 때에, 그 말씀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교만한 자들이 언제나 나를 혹독하게 조롱하여도, 나는 주의 법을 지키고, 그 법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주님, 주의 오래된 규례를 기억합니다. 그 규례가 나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악인들이 주의 율법을 무시하는 것을 볼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릅니다. 덧없는 세상살이에서 나그네처럼 사는 동안, 주의 율례가 나의 노래입니다. 주님, 밤에도 주의 이름을 기억하고, 주의 법을 지킵니다. 주의 법도를 따라서 사는 삶에서 내 행복을 찾습니다.]

● 감사를 더하면
땅에서 얻은 온갖 열매들을 쌓아놓고 보니 마음이 절로 풍성해지는 느낌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총을 기억하며 감사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어린이로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모여 좋으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힘겹고 낙심되는 일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는 지금 산 자의 땅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급적이면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공자는 인생에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했습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지 아니한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여 성내지 않으면 군자라 할만하지 않은가 人不知而不온(성낼 온), 不亦君子乎

때에 맞게 사는 것이 지혜입니다. 과거의 경험이나 생각에 매이지 않고 늘 새로운 상황으로부터 뭔가를 배우려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늘 즐겁게 살아갑니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벗이 있고, 또 그 벗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준다면 그 사람은 잘 살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여 속상해하거나 성을 내지 않는 사람은 정신의 독립을 이룬 사람, 곧 성인이라 할만합니다. 배우려는 열린 마음,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푼푼한 마음, 누구에게도 매이지 않는 정신적 자유 바로 이것이 즐거운 삶의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더 깊은 곳을 가리켜 보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그건 '감사'입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생은 즐거울 수 없습니다. 저금 통장의 잔고가 늘어도 감사의 창고가 비게 되면 인생은 쓸쓸해지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원망의 말이 많아지고, 얼굴은 점점 굳어집니다. 삶의 명인들은 감사의 창고를 채울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누구를 대하든 뺄셈 부호보다는 덧셈 부호를 즐겨 사용하면 됩니다.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을 귀신 같이 알아차리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좋은 점을 보아내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예수님과 만난 사람들은 대개 삶에 지친 사람들이었지만,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자기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그리고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일 수 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은 삶의 명인이십니다. 오늘의 본문에서 시인은 자기가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를 돌아보면서 감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 말씀으로 살리신 은혜
그는 먼저 말씀을 통해 자기를 살려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교만한 사람들의 조롱과 모욕을 당했습니다. 더 이상 어찌 해볼 수 없는 좌절의 순간도 겪었습니다. 인생을 포기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이 지팡이와 막대기가 되어 그를 지켜주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발 앞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말씀과 함께 걷는 사람은 비틀거리지 않습니다. "여호와의 말씀은 순결함이여 흙 도가니에 일곱 번 단련한 은 같도다"(시12:6). 말씀을 품고 사는 사람은 마음에 태산을 품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너는 내 것이다', '세상 끝 날까지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시련의 때는 지나가게 마련이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절망의 늪에 빠져 들어갈 때 들려오는 이런 말 한마디는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갑작스레 불어난 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소방관들이 강물 위에 '밧줄'을 걸고 그들을 구조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범람하는 강물 위에 걸린 '밧줄'과 같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며 사는 사람이라야 이 거친 욕망의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주의 법을 떠나지 않음
시인은 밤에도 주의 이름을 기억하고 주의 법을 지킬 수 있었음을 기억하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어둔 밤을 만날 때가 많습니다. 살아갈 용기가 사라지고, 인생이 온통 허무한 것만 같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시들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자기를 내던지듯 처신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공격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런 생의 위기 속에서도 하나님을 잊지 않습니다. 주님의 법도를 떠나지 않습니다.

영혼의 어둔 밤이 지나고 어슴푸레 새벽빛이 비칠 무렵 그는 하나님의 말씀 덕분에 그 어려운 시간을 벗어날 수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그는 '주의 율례가 나의 노래'라고 고백합니다. 나는 우리가 부르는 노래가 운명이 된다고 믿습니다. 슬프고 애상에 찬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삶의 정조(情調)는 슬픔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밝고 긍정적인 노래를 즐기는 사람의 삶의 정조는 기쁨과 감사가 될 것입니다. 찬송 시인인 송명희 씨는 <나의 노래가 되시는 하나님>이라는 곡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나의 노래가 되시는 하나님을 내가 종일토록 찬양함은
그가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내가 그를 먼저 사랑한 것 아니요 나를 그가 먼저 사랑하시고
그의 사랑은 영원토록 변치 않아서 나를 사랑하시니
내가 가장 좋은 것으로 그에게 드리고 싶어라.

뇌성마비 환자인 송명희 시인의 마음은 이처럼 깨끗합니다. 삶의 악조건 속에서도 밝음을 잃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을 노래하는 기쁨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는 가장 좋은 것을 하나님께 드리고픈 열망으로 살아갑니다. 하나님께 요청할 것만 있는 사람과 어떻게하든 하나님께 뭔가를 드리고픈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같을 수가 없습니다. 누가 행복한가? 삶이 고마움임을 알고, 사랑의 빚을 갚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무엇 무엇을 소유했기에, 누렸기에 감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감사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간직한 채 살고 있다는 것, 하나님의 법도를 우리의 노래로 삼아 살아간다는 사실, 당신의 일을 함께 하자는 주님의 초대장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주님의 뜻을 행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결코 실패하지 않습니다. 설사 우리가 지쳐 쓰러진다 해도 우리가 쓰러진 자리에서 희망의 나무가 자란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 가을에 우리가 부르는 감사의 노래, 희망의 노래가 이 어둔 세상을 밝히는 등불로 타오르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체결을 앞두고 낙심하고 있는 농민들의 아픔과 절망을 기억하면서 그들과 더불어 어떻게 희망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등 록 날 짜 2005년 11월 06일 12시 39분 08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