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8. 우리는 하나
설교자 김기석
본문 요17:20-23
설교일시 2006/04/30
오디오파일 s060430.mp3 [17537 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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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
요17:20-23
(2006/4/30, 한마음 체육대회)

[나는 이 사람들을 위해서만 비는 것이 아니고, 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를 믿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빕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어서 우리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하여 주십시오. 나는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영광을 그들에게 주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인 것과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내가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신 것은, 그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것은 또,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것과,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과 같이 그들도 사랑하셨다는 것을, 세상이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 축제: 공동체적 기억의 장치
전 교인 한마음 체육대회로 모이는 오늘 우리의 마음은 흥겹습니다. 사실 저는 지난 한 주간 동안 걱정이 많았습니다. 야외 행사를 계획하면 늘 날씨가 걱정입니다. 그런데 방송사의 주간 예보가 하루하루 조금씩 변하는 겁니다. 날이 괜찮을 듯하다가, 또 비가 올 듯도 하다가…. 누구 애태우려고 그러나 투덜거리다가, 아예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날씨가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면, 기후가 어찌 되었건 무조건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구름이 햇볕을 가려주어 좋은 날입니다. 참 편리한 생각이지요. 믿음이 좋으신 목사님들은 쎄게(?) 기도하던데, 저는 그게 잘 안 됩니다. 비를 기다리는 농부들이 있음을 뻔히 아는 데 우리가 행사를 한다고 구름을 물리쳐 달라고 할 수는 없지요. 날씨 기도를 열심히 안 했는데도 날이 이만하니까 하나님이 우리의 말 못하는 사정을 좀 헤아려 주신 것 같기도 합니다.

설교 제목을 <우리는 하나>라고 잡아놓고보니 어디서 많이 듣던 표현 같더군요. 남북한이 운동경기를 할 때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응원하기 뭐하니까 사람들은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우리는 하나’라고 외쳤습니다. 그렇지요, 지금은 남으로 북으로 갈렸지만 사실 우리는 한 뿌리에서 나왔습니다. 이삭과 이스마엘은 배다른 형제였습니다. 야곱과 에서는 쌍둥이 형제였습니다. 그들은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싸웠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아랍의 다툼은 그렇게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견해를 뒤집어볼 줄 알아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그들은 서로 다투고 있지만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들은 다 아브라함에게서 나온 자손들입니다. 바로 여기에 분열과 갈등의 역사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가 있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은 다 저마다 다른 생각과 개성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뿌리에 있어서 하나입니다. 단군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근원적으로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총 안에서 형제자매가 되었습니다. 못 생긴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고 하던데, 우리도 얼굴만 봐도 즐거운 가족이 되었습니다. 축제란 세상살이가 우리 사이에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장벽들을 철폐하고 우리의 뿌리를 돌아보는 공동체적 기억의 잔치입니다. 유대인들은 유월절과 칠칠절과 초막절을 지키면서 자기들이 어디에서 비롯된 사람들인지를 확인했습니다. 우리의 추석과 설날도 그런 날입니다. 내일은 우리 교회가 설립된지 98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기쁜 설립일을 앞두고 우리는 한 마음 체육대회를 열어 우리의 하나됨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 시절이 하수상할 때
오늘 본문은 근 20년 전부터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말씀입니다. <씨의 소리>라는 잡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함석헌 선생님이 내시던 잡지인데요. 1970년에 발간되기 시작한 이 잡지는 1980년 전두환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으로 폐간되고 맙니다. 그러다가 1988년 12월에 복간되었습니다. 그때 복간 호의 머리말에서 발행인인 함석헌 선생님은 시절이 하수상하고 마음이 심란할 때를 이기는 묘한 처방을 내놓았습니다. 그것은 요한복음 13장부터 17장까지를 정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씀을 정독하다보면 들떴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마음의 분노가 사라지고, 절망의 어둠이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꼭 표현이 그랬다는 게 아니라, 저는 그 말씀을 그렇게 읽었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정말 마음이 심란하고, 어두워질 때마다 그 부분을 읽고 큰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여러분도 꼭 그렇게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대목을 이런 말로 시작됩니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는, 자기가 이 세상을 떠나서 아버지께로 가야 할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의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13:1).

13장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시고 제자들에게 사랑의 계명을 주시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14장에서 예수님은 스스로를 길과 진리와 생명으로 선포하시면서, 당신이 떠나시더라도 보혜사 성령이 오셔서 그들을 지도해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15장에서는 제자들에게 어려운 박해의 시기가 다가올 텐데, 주님께 꼭 붙어 있어야 삶의 아름다운 결실을 거두게 된다면서 포도나무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16장에서는 제자들의 슬픔과 근심이 기쁨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하면서, 당신은 이미 세상을 이겼다고 선언하십니다. 그런 후에 나오는 것이 17장인데, 이 장은 세상에 남겨질 제자들을 위해 주님이 바치는 기도가 담겨 있습니다. 주님은 세상에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제자들을 지키고 보호했다고 말하면서 당신이 경험한 기쁨을 제자들도 경험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사랑할 때 세상은
첫째, 주님은 악한 자들의 유혹과 핍박에서 제자들을 지켜 달라고 기도합니다. 마치 철 없는 자식을 두고 떠나야 하는 부모의 심정처럼 예수님은 절박하게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기를 포기한다면 유혹도 없고 위험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예수님이 꿈꾸었던 세상을 열기 위해 부름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어려움은 피할 길 없습니다. 주님은 그들이 홀로는 그 어려운 시험을 이겨낼 수 없음을 아십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그들을 지켜 달라고 기도합니다. 의지가 굳다고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로부터 오는 도우심을 입어야 합니다.

둘째, 주님은 그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진리란 말은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진실’ 혹은 ‘진정’으로 이해합니다. 그것을 곧바로 진리와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진리의 사람은 ‘진실’의 사람이고 ‘진정’의 사람입니다. 거짓 없는 ‘진실’의 사람이어야 내적인 힘이 있고, 다른 이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진정’의 사람이라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진실과 진정으로 거룩해진 사람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셋째, 주님은 그들이 하나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신앙 공동체는 매우 중요합니다.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은 더 큰 몸을 얻는 것입니다. 살다보면 연약하여 넘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다시금 일어설 수 있습니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몰주체적으로 집단 논리에 종속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 가지 빛깔의 꽃들이 어울려 꽃동산을 이루는 것과 같이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머리이신 주님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그런데 사람들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하나 되게 하고 미움은 나눕니다. 사랑할 때 세상은 천국이 되고, 미워할 때 세상은 지옥이 됩니다.

• 지옥에는 불이 없다
현명한 바보인 바룰이 길에서 라시드 왕과 마주쳤습니다.
왕이 묻습니다.
“어디에 다녀오는 길이시오, 바룰?”
바룰은 망설이지도 않고 말했습니다.
“지옥에 다녀옵니다.”
“거기서 뭘 했소?”
“왕이시여, 나는 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지옥에 가서 불을 조금 나눠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옥의 책임자는 ‘여기에는 불이 없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물었지요?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지옥은 불구덩이 아닌가요?’ 그러자 그 책임자가 대답하더군요. ‘여기는 정말 불이 없다니까 그러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불을 가지고 이곳에 온다네.’”.

우리는 서로 사랑하도록 부름받은 사람들입니다. 축복하고, 섬기고, 사람들이 내적인 성장을 이루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소명입니다. 그 마음으로 살 때 우리 마음은 이미 천국일 것입니다. 오늘 한 마음 체육대회를 통해 하나됨의 기쁨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세상을 밝히는 작은 횃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등 록 날 짜 2006년 04월 30일 10시 22분 59초